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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하루 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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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우스님 작성일11-06-03 10:50 조회3,6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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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세요?
여름이 훌쩍 와 버렸습니다.
 날씨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거 같습니다. 날이 흐리고 비오는 날이면 마음도 따라서 가라앉고 침체됩니다. 날이 화창하면 새들도 아침부터 노래하고 자연의 일부인 사람 역시 마음이 맑고 투명해져서 하늘도 자주 올려다보고 기분도  명랑해집니다.

이렇게 불자님들을 마주하는 오늘은 참으로 맑고 밝은 날이라 하겠습니다. 보름인 5월 17일 우리 장경사는 물론 전국의 선원을 포함한  조계종단의 3,000여개 사찰은 하안거결재 기도입재식을 하였습니다. 기도하고 수행하는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진기간으로 정한 시기는 더욱 더 우리가 몸담고 있는 가정과 일터에서도  수행하는 마음으로 일념 하여야겠습니다.

안거기간에 맞는 대중 법회 날이니,
많은 선지식들 중 한분인 조주스님의 일화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조주스님의 원래 이름은 '종심'이라 합니다. '조주'라는 땅에서 오래  살아서 사람들이 지명의 이름을 붙혀 조주스님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조주스님은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말까지,
120해를 살아 장수하셨고 수행도 열심히 한 분입니다. 조주스님은 남전스님을 은사로 어려서 출가를 했습니다. 이렇게 남전스님의 제자가 되어 비구계를 받고 본격적으로 수행을 시작하던 어느 날 조주스님이 스승에게 묻습니다.

"어떤 것이 도道 입니까?"
그러자 스승인 남전스님이 대답합니다.
"평상심平常心이 도다."
'도'는 특별한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 즉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는 말입니다.

조주스님이 다시 묻습니다.
"평상심이 도라면 따로 수행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스승이 말합니다.
"도를 마음 밖에서 찾으려고 하면 벌써 어긋난다."
마음 안에 다 있기 때문에 도를 마음 밖 다른 곳에서 찾으면 틀리다는 뜻입니다.

조주스님이 또다시 묻습니다.
"하지만 도를 얻으려고 하면서 수행하지 않고 마음 닦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것이 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스승이 답하기를, "도는 알거나 모르는 데 있지 않다. 만약 무엇인가를 알겠다는 그 생각을 놓아 참된 도에 도달한다면 그것은 마치 텅 빈  허공과 같아서 어떠한 자취도 없다."
조주스님은 스승의 이 한 마디에 크게 깨달았습니다.

그때 조주스님의 속가 나이는 열여덟 살이었습니다. 이후부터 조주스님은 스승인 남전스님을 40년 동안 모시게 됩니다. 그러니 깨달음에 이르고 나서도 40년을 모신 것입니다.
이러한 스승을 모시는 모습이 120해를 산 그의 장수의 저력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제자를 상좌라 말합니다. 요즘에는 상좌들이 스승 밑에서 10년, 아니 5년도 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승려증만 받으면 모두 다  제 갈 길을 가려 합니다. 일단 중이 되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려고 하고 정착하여 대중생활을 하려는 생각이 없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을 생활에서도 자식이 부모 모시고 사는 경우를 보기가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어른을 모시고 있다는 것은 배울 점도 있지만 참아야하고 허락되지 않은 일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현대사회 구조 속에서는 함께 살고 안 살고 보다는 마음먹기가 중요합니다. 바른 마음이 씨앗이 되어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것입니다. 함께하지 않아도 은사를 잘 모시는 좋은 상좌가 있고, 같은 울타리에 있지 않아도 늘 맘 쓰고 효도하는 자식이 있습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는 배우고, 조금 미치지 못하는 이에게는 깨우침과 지혜를 나누고자하는 원을 세워야합니다. 그것이 일상의 삶에서의 수행이고 정진입니다.

조주스님도 생활하면서 "일곱 살 먹은 동자라도 나보다 나은 이에게는 기꺼이 배우고, 백 살 된 노인일지라도 나에게 미치지 못한 이에게는 내가 가르침을 베풀리라"라고 늘 이런 다짐을 하였다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수행자의 모습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배우고 얻어들을 때 우리 안에 부처님 제자로서의 씨앗이 심어집니다.

조주스님의 또 다른 지혜가 느껴지는 일화를 하나 더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번은 어떤 유생이 조주스님이 기거하는 사찰에 왔다가 함께 산책하는 길에 스님이 들고 있는 주장자를 보고 몹시 탐이 나서 물었다  합니다. 주장자는 스님들이 설법할 때 드는 지팡이를 말합니다.

"부처는 중생이 바라는 원을 이루게 한다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라고 함정을 파는 질문을 유생이 하자,
"그렇지" 하고 조주스님이 대꾸합니다.
유생은 바로 이때다 싶어 "저는 노스님이 들고 계신 주장자를 갖고 싶습니다. 저에게 주시겠습니까?"라고 청합니다.
조주스님이 말하기를, "군자는 남이 좋아하는 것을 빼앗지 않는 법이라네."라고 합니다.
그러자 유생이 답합니다. "저는 군자가 아닙니다."
이에, 조주스님은 "나도 부처가 아니라네."라고 답합니다.

유생의 함정에 말려들지 않고 상대의 수준에 맞게 답변을 한 조주 스님의 기지와 지혜를 알 수 있습니다.

조주스님은 옷을 걸치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것 그 자체를 수행이라 하였습니다. 이것은 평상심이 곧 도임을 가르쳐 준 것입니다.

우리 불자님들이 옛 선사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은
후학으로서 먼저 갔던 선지식의 자취를 배우고 익혀서 내 것으로  삼기 위함입니다. <조주록>이라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조주스님이 어떤 분이며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가르쳤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기록은 역사를 이룹니다.
이러한 기록을 배우는 것은 옛 거울에 오늘의 자신을 비춰보기 위함입니다. 자기반성이 없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되살피는 일이 없다면 아무리 경전을 많이 읽고 어록을 보고 오늘 이 자리처럼 법문을 듣는다 해도 얻는 것이 없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늘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를 비춰봐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불자님들
하안거기간을 어떻게 지낼 것 인지를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내게 주어진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고 스스로 원을 세워 평상심이 도임을 알고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원을 세우면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그 원력의 힘으로 딛고 일어서게 됩니다. 원이 없으면 조그만 일에도 늘 흔들리고 좌절하지만 원의 힘을 지니고 있으면 어떤 어려운 상황도 이겨 나갈 수 있습니다.

진정한 수행이 활짝 꽃피어 날마다 좋은날 되시기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불기2555년 6월 2일
장경사주지 경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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