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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여 작성일13-03-13 21:11 조회2,532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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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님의 댓글

진여 작성일

茶의미학  (4)

경남 하동 화개골의 한 차밭에서 할머니들이 찻잎을 따고 있다.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쓰인 방법들 중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었고 오랜 경험이 쌓여 있는 것은 음식과 차를 조절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인간 삶을 우주적 존재로 거듭 태어나게 하기 위한 인류의 오랜 꿈과 이 방법은 깊은 관련을 갖습니다. 그래서 음식과 차는 종교적 수행을 돕는 보조수단이 아니라 음식과 차를 조절하는 것 자체가 가장 좋은 수행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차가 지닌 모든 영양소들이 기(氣)와 혈(血)을 도와 정신세계를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음식을 절제하여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그 과정이 모두 지극한 정성으로 이뤄지는 예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뒤에 차를 마심으로써 음식과 차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 차살림 예절의 기초입니다. 기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차로 인한 위염이나 위궤양이 생기는 이유를 아는 일입니다. 이는 차농사, 차만들기, 차달이기, 차마시기에서 반드시 따라야 할 예절을 지키지 않은데서 발생하는 위험입니다.

좋은 음식이라도 먹는 방법에 따라 치명적인 독이 되듯이 차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예절이 필요합니다. 차의 예절 가운데서 차를 달이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이 과정에서 차의 모든 것이 드러나고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차의 종류, 물의 끓임과 익힘, 차그릇의 선택, 차 마시는 장소와 시간, 계절과 날씨, 분위기와 사람의 문제가 모두 이 과정에 집중됩니다. 결코 간단치 않은 다양한 조건들이 조화를 이룬 최적의 상태를 흔히 중정(中正)이라고 합니다.

중정은 다양한 상황과 조건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간 상태를 뜻하는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최상의 상태를 이뤄내기 위한 적극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습니다. 따라서 중정이란 창조적 조화입니다.

이같은 조화를 입증해주는 것이 차 성분을 이루고 있는 분자와 찻잔에 함유되어 있는 광물질 성분의 분자, 일정 온도에서 발생되는 광물 성분의 원적외선 파장의 진동이 서로 영향을 미쳐 나타나는 화학반응입니다.

차맛, 차의 향기, 차의 색깔은 차의 성분, 찻잔의 ‘몸흙’에 함유된 광물질의 성분, 광물의 원적외선 파장이 상호 작용하여 일으키는 화학반응의 표정이지요.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분자들의 진동은 살아있는 생명들만이 나타낼 수 있는 침묵의 메시지입니다.

문자나 지식의 체계로는 해석되거나 이해되지 않는 불립문자(不立文字) 차원의 음악 혹은 춤이 거기 있다 할까요. 그 선율과 율동이 인간 몸 안으로 들어가서 잠들어 있는 무의식의 영역에 갇혀있는 꿈들을 방생합니다.

이때 차의 종류는 그 교향악의 주제입니다. 물의 끓임과 익힘은 음악적 완성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차그릇의 선택은 악기의 선택에 해당됩니다. 그 나머지 조건들도 모두 훌륭한 교향악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내용들이지요. 그래서 까다롭기도 하고, 준엄하기도 합니다. 어느 것 하나 적당하게 처리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차인(茶人)은 지휘자입니다. 곡을 해석하는 능력은 전적으로 지휘자의 몫입니다. 교향악 지휘자의 손놀림은 영혼과의 대화입니다.

따라서 차인이 차를 다스리는 손놀림 또한 영혼의 울림이어야 합니다.

진여님의 댓글

진여 작성일

茶의 미학(5)

차살림은 새로운 시대에 알맞는 예절을 창안하는 원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절이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시대적 삶과 차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혜의 산물이기 때문이지요.

시대마다 정신이 있고 문화가 생겨납니다. 앞 시대와 유사하거나 전혀 다른 정신과 문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만드는 변화지요. 이때 차의 본질은 항상 그대로이지만 차살림 하는 사람의 존재와 생각은 시대마다 달라지게 마련이지요. 차살림 예절은 불변의 차 정신을 변화하는 흐름으로 새롭게 발견해 내는 지혜입니다.

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가 있으며 그 관계는 상생(相生)과 평등을 핵심으로 삼습니다. 이때의 관계란 불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으로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같은 변화의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초의스님 차살림과 중국의 차예(茶藝)가 어떤 관계 속에서 설정되었으며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제다법과 초의스님의 제다법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초의스님이 만든 차는 중국에서 발달해온 녹차, 즉 덖음차의 한 계열이었습니다.

초의스님 차를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그분의 저술인 ‘동다송’에서 화개 칠불암 승려들의 차법과 예절을 말하는 대목입니다. 칠불암 승려들은 ‘잭살’이라고 부르는 발효차 계열의 차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를 두고 ‘천하의 좋은 차를 속된 솜씨가 버렸다’고 했는데, 이는 초의스님 차가 발효계열이 아니었음을 짐작케 합니다.

덖음차(녹차) 계열의 차는 중국에서 발달한 것인데, 중국 차법을 받아들인 초의스님은 여기에다 나름의 방법을 더했습니다. 초의차법을 계승한 응송노사의 제다법에 그 흔적이 남아있지요. 뜨거운 가마솥에다 찻잎을 넣은 뒤 그 위에다 물을 뿌려서 수증기가 품은 열기와 가마솥의 열기를 이용하여 만들지요.

열이 가해진 가마솥에다 찻잎을 덖어내는 덖음차의 전형적 기법은 중국에서 생겨났습니다. 여기에다 수증기를 더한 초의스님 제다법은 매우 이채롭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식 문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불기운을 간접으로 이용하는 조리법은 ‘데치기’와 ‘덖기’가 대표적입니다. 끓는 물에 살짝 삶아내는 데치기와 물을 붓지 않고 익혀내는 덖기지요.

나물 종류는 대개 데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초의스님은 이 데치기를 응용한 것입니다. 그런 다음 차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따뜻한 온돌방이나 온기가 있는 곳을 이용한 것은 한국의 전통인 ‘담그는’ 문화를 또 응용합니다. 김치 된장 간장 등을 발효시키는 것을 ‘담근다’고 하지요. 이 담그는 과정을 다시 추가함으로써 초의스님의 차법은 중국 차법과 차별화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조선시대 혹은 조선사회라는 시간과 장소의 변화에 알맞은 차법을 창안해 낸 것입니다.

이처럼 차살림은 창조적 변화를 근간으로 삼고 있어서 누구의 어떤 전횡이나 독단적 방법을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 있듯이 모든 차인의 차법은 독창적이고 개성적이어야 하며, 이 독창과 개성은 곧 모든 독창과 개성으로 관계지어지면서 진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다만 차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차인의 권능이나 역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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